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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랑 먹어본 것

샤또 슈발 블랑 1995 · 오브리옹 2008, 지인과 마신 보르도 와인 기록

by 코르크맘 2026.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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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 정리를 하다가 휴대폰 사진첩을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 그런데 셀러에 있는 와인보다 이미 마셔버린 와인 사진이 더 반갑더라고요. 예전엔 비싼 와인을 따도 사진을 잘 안 찍었는데, 그래도 몇 장은 남아 있었어요.

오늘은 그중 두 장이에요. 둘 다 같은 사람과 마신 와인이에요. 평소에 와인을 자주 같이 마시는 지인인데, 얼마 전에도 저희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갔어요. 와인 얘기를 하면 이 사람 얼굴이 먼저 떠올라요.


지인 집 식탁 위의 샤또 슈발 블랑 1995

첫 번째는 지인 집에 초대받아 갔던 날이에요. 식탁에 화이트 잔이랑 샴페인 잔이 먼저 놓여 있었고, 레드는 이 병이었어요. 라벨에 1995가 보이는 순간 "이걸 오늘 따요?"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왔어요.

슈발 블랑은 보르도 오른쪽 강변인 생테밀리옹에 있는 샤또예요. 보르도는 강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 와인 성격이 꽤 달라요. 왼쪽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중심이고, 오른쪽은 메를로를 많이 써요. 슈발 블랑은 여기서 또 특이하게 카베르네 프랑 비율이 높은 곳으로 유명해요.

라벨을 가까이서 보면 "1er Grand Cru Classé"라고 적혀 있어요. 생테밀리옹 등급에서 제일 위 등급이라는 뜻이에요. 생테밀리옹은 1855년에 정해진 메독 등급과 달리 10년쯤마다 등급을 다시 매기는데, 슈발 블랑은 그 최상위 중에서도 'A'로 분류되던 몇 안 되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2022년 등급 심사부터는 슈발 블랑이 스스로 빠졌어요. 그래서 요즘 빈티지 라벨에는 이 등급 문구가 없다고 해요. 1995 라벨에 남아 있는 이 한 줄이 오히려 기념처럼 느껴져요.

솔직히 맛을 세세하게 적어둔 메모는 없어요. 그때는 블로그를 할 줄 몰랐으니까요. 기억나는 건 스무 해가 넘은 와인인데도 잔에 따랐을 때 색이 생각보다 진했다는 것, 그리고 다들 말수가 줄어들었다는 거예요. 맛있는 와인을 마시면 이상하게 다들 조용해지더라고요.


집 근처 스페인 식당, 세 병을 차례로

두 번째는 집 근처 스페인 식당에서 같은 지인과 만난 날이에요. 이날은 각자 한 병씩 들고 와서 테이블에 세 병이 섰어요. 굴이랑 해산물이 먼저 나와서 순서도 자연스럽게 정해졌어요.

처음은 라 샤블리지엔 샤블리 '르 피나주' 2017이었어요. 샤블리는 부르고뉴 북쪽에서 샤르도네로 만드는 화이트예요. 오크 향이 진하지 않고 깔끔한 편이라 굴하고 같이 많이 마셔요. 라 샤블리지엔은 1923년부터 이어온 샤블리 생산자 조합이에요. 라벨에도 'Depuis 1923'이라고 작게 적혀 있어요. 세 병 중 가격은 제일 착했지만, 해산물 앞에서는 이 병이 제일 빨리 비었어요.

다음은 코스 데스투르넬 1999. 라벨에 동양풍 탑이 그려져 있어서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와인이에요. 보르도 생테스테프 마을의 2등급(그랑 크뤼 클라세) 샤또예요. 이 탑 장식은 예전 주인이 인도와 와인 무역을 하면서 동양 건축을 본떠 지은 데서 왔다고 해요. 1999면 그때도 이미 스무 살 가까운 와인이었어요.

마지막이 샤또 오브리옹 2008이었어요. 보르도 1등급 다섯 곳 중 하나인데, 다른 네 곳이 전부 메독 지역인 것과 달리 오브리옹만 그라브(지금의 페삭 레오냥) 지역이에요. 1855년 등급을 정할 때 메독 밖에서 유일하게 1등급에 들어간 곳이라, 와인 공부할 때 꼭 한 번은 나오는 이름이에요.

이날 기억나는 건 맛보다 순서였어요. 화이트로 시작해서 젊은 레드가 아니라 나이 든 레드, 그다음에 1등급으로 마무리. 지인이 "순서 잘 짰다"고 해서 뿌듯했던 게 기억나요. 식당은 스페인 음식인데 테이블 위는 전부 프랑스 와인이었던 것도 지금 보니 좀 웃기네요.


사진을 다시 보며 든 생각

와인 지역 같이 마신 곳
샤또 슈발 블랑 1995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인 집 초대
라 샤블리지엔 샤블리 르 피나주 2017 부르고뉴 샤블리 집 근처 스페인 식당
코스 데스투르넬 1999 보르도 생테스테프 집 근처 스페인 식당
샤또 오브리옹 2008 보르도 페삭 레오냥 집 근처 스페인 식당

 

네 병 다 지금 다시 사려면 쉽지 않은 와인이에요. 그런데 사진을 보면서 아쉬운 건 와인보다 메모를 안 남긴 거예요.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어떤 향이 났는지 적어뒀으면 지금 훨씬 재밌게 쓸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서 요즘은 병을 따면 사진부터 찍어요. 라벨 정면 한 장, 잔에 따른 색 한 장. 이거 두 장만 있어도 나중에 이렇게 꺼내볼 수 있더라고요.

좋은 와인은 혼자 따기 아까워서 결국 같이 마실 사람을 기다리게 돼요. 저한테는 그게 이 지인이에요. 다음에 저희 집에 오면 셀러에서 뭘 꺼낼지 벌써 고민 중이에요.

이 글은 제가 직접 마신 와인 사진과 기억을 바탕으로 쓴 개인 기록이에요. 등급이나 산지 정보는 각 샤또 공식 정보를 기준으로 정리했고, 빈티지별 맛이나 보관 상태는 병마다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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