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코스트코에 다녀왔어요. 원래는 데일리로 마실 와인 몇 병만 집어 오려고 했는데, 와인 코너에 2023년 보르도가 들어와 있는 게 눈에 딱 걸리더라고요. 결국 보르도 두 병에 남편이 좋아하는 데일리 세 병까지, 다섯 병을 안고 나왔어요.
그날 뒷주머니에 넣어 둔 현금 10만 원을 어디선가 흘리고 와서 기분은 좀 그랬지만, 와인은 잘 데려왔으니 기록이라도 남겨 둘게요.
1. 이번에 산 다섯 병, 가격부터
영수증이 뒤죽박죽 섞여 버려서, 기억나는 대로 대략적인 가격만 적어요. 코스트코 와인 가격은 시기마다 바뀌니까 참고만 하세요.
| 와인 | 구분 | 대략 가격 (2026년 10월) |
|---|---|---|
| 샤또 딸보 2023 | 보르도 생쥘리앙 | 약 95,000원 |
| 샤또 브라네르 뒤크뤼 2023 | 보르도 생쥘리앙 | 약 85,000원 |
| 오린 스위프트 앱스트랙트 2023 | 캘리포니아 레드 | 약 67,000원 (할인가) |
|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025 | 뉴질랜드 화이트 | 약 45,000원 |
|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23 | 캘리포니아 화이트 | 3만 원대 |
다섯 병 합쳐서 32~33만 원 정도 들었어요.
2. 보르도 두 병, 생쥘리앙 4등급 동갑내기
이번 장보기의 주인공은 딸보랑 브라네르 뒤크뤼예요. 둘 다 1855년 보르도 등급에서 4등급(Grand Cru Classé)을 받은 생쥘리앙 마을 와인이고, 빈티지도 똑같이 2023년이에요.
같은 마을, 같은 등급, 같은 해에 만든 와인 두 병을 나란히 들여놓은 건 처음이라 괜히 설레더라고요. 나중에 둘을 같은 날 열어서 비교해 보면 재밌겠다 싶어요.

샤또 딸보 2023
금색 캡슐에 문장이 찍혀 있고, 라벨은 하얀 바탕에 큼직한 TALBOT 글씨라 멀리서도 눈에 띄어요. 뒷면을 보니 캡슐 목 부분에 보안 코드랑 QR 스티커가 붙어 있었어요. 정품 확인용인 것 같은데, 이런 게 붙어 있으니 괜히 믿음이 가더라고요. 도수는 13.5%예요.

샤또 브라네르 뒤크뤼 2023
자주색 캡슐에 필기체 라벨이라 딸보보다 한결 부드러운 인상이에요. 뒷 라벨에는 샤또 건물 그림이 작게 들어가 있어요. 도수는 13%로 딸보보다 살짝 낮아요.


2023년 보르도는 아직 어린 와인이라, 언제 열지는 천천히 정해 보려고요.
3. 남편 데일리 세 병
나머지 세 병은 남편이 데일리로 좋아하는 와인들이에요.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025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와인이에요. 병 어깨에 '19 CB 85'라고 양각이 새겨져 있는데, 1985년에 시작한 와이너리라는 표시래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답게 상큼한 스타일이라, 오래 두기보다는 지금 차갑게 마시는 게 좋아요. 도수는 13.0%예요.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23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로, 클라우디 베이보다 부드럽고 묵직한 쪽이에요. 가격이 3만 원대라 데일리로 부담이 없어요.


오린 스위프트 앱스트랙트 2023
라벨이 얼굴 사진을 잔뜩 오려 붙인 콜라주라서 처음 보면 와인 맞나 싶어요. 캘리포니아 레드 블렌드고, 이번에 할인 중이라 집어 왔어요. 블렌딩 비율은 빈티지마다 달라서 마실 때 뒷 라벨을 다시 확인해 보려고요.
4. 남편의 데일리 와인 규칙
남편 말로는 오늘 산 데일리 와인은 바로 따지 말고, 그 전에 사 둔 데일리 와인부터 마시는 게 좋대요. 차에 실려 오면서 흔들린 와인은 며칠 쉬게 해야 맛이 자리를 잡는다는 거예요.
와인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걸 '보틀 쇼크'라고 부른대요.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건 아니라고 하고, 클라우디 베이처럼 어린 스크류캡 화이트는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래도 먼저 산 걸 먼저 마시는 건 손해 볼 게 없으니, 남편 말대로 하는 게 맞겠더라고요.
5. 다음에는
딸보랑 브라네르 뒤크뤼는 언젠가 같은 날 열어서 비교해 보고 싶어요. 데일리 세 병은 순서대로 마시면서 하나씩 기록해 볼게요. 코스트코 와인 코너에 갈 일 있으시면 2023 보르도가 아직 남아 있는지 한 번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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