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러 정리하다가 라벨에 2009가 찍힌 병이 유난히 많다는 걸 알았어요.
그중 두 병을 나란히 꺼내놓고 찍어봤습니다.
샤또 몽로즈 2009,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2009.
둘 다 보르도 메독 2등급이고, 둘 다 2009년이에요.

2009년이 왜 좋은 해라고 할까
와인 좀 마신다는 분들 사이에서 보르도 2009는 늘 "좋았던 해"로 이름이 나와요.
그해 보르도는 여름 내내 볕이 좋고 건조했고, 수확 무렵까지 날씨가 받쳐줬다고 해요.
포도가 충분히 익으니 과일 맛이 진하고, 알코올도 넉넉하게 올라갔다고들 하고요.
실제로 두 병 뒷라벨을 보면 알코올이 둘 다 14%예요.
보르도 레드가 보통 12.5~13.5% 사이인 걸 생각하면 확실히 높은 편이죠.
뜨거웠던 해였다는 게 숫자로도 보이더라고요.
빈티지가 좋다는 건 결국 그해 날씨가 포도를 잘 키워줬다는 뜻이에요.
같은 샤또라도 해마다 맛이 다르고 값도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샤또 몽로즈 2009 - 생테스테프

하얀 라벨에 필기체로 쓴 이름이 몽로즈예요.
라벨 맨 위에 "Second Grand Cru Classé en 1855"라고 적혀 있는데,
1855년 보르도 등급 분류 때 2등급을 받았다는 뜻이에요.
생테스테프는 메독에서도 북쪽, 지롱드강 하구 쪽 마을이에요.
이 동네 와인은 단단하고 묵직하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몽로즈는 그중에서도 오래 묵혀야 제맛이 난다고 알려진 샤또고요.

뒷라벨엔 750ml, 14%, 그리고 한글 수입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수입사는 롯데칠성음료, 입항일이 2011년 6월 1일로 찍혀 있네요.
2009년에 수확해서 병에 담고, 2011년에 한국에 들어온 병이라는 거죠.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2009 - 생쥘리앙

노란 라벨에 멧돼지 같은 문장이 그려진 병이 레오빌 푸아페레예요.
이쪽도 1855년 2등급, 마을은 생쥘리앙이에요.
생쥘리앙은 몽로즈가 있는 생테스테프보다 아래쪽, 포이악 바로 옆 마을이에요.
뒷라벨이 몽로즈보다 친절해요.
1920년부터 퀴블리에 가문이 이 샤또를 운영해왔다고 적혀 있고,
포도밭 구성도 숫자로 나와 있더라고요.


카베르네 소비뇽이 절반 넘게 들어가는 전형적인 메독 스타일이에요.
이 병도 알코올 14%, 수입사 롯데칠성음료, 입항일은 2011년 5월 1일이에요.
몽로즈보다 딱 한 달 먼저 들어온 셈이죠.
두 병 한눈에 비교

같은 해, 같은 등급인데 라벨만 봐도 성격이 다르게 느껴져요.
몽로즈는 클래식하고 단정한 느낌, 레오빌 푸아페레는 좀 더 화사한 느낌이에요.
우리 집 셀러의 2009
사실 2009는 저한테 좀 특별한 숫자예요.
셀러 선반에 붙여둔 와인 이름표를 처음 직접 만든 게 2009년이었거든요.
그때는 병마다 이름표를 붙였는데, 지금은 병이 너무 많아져서 다 못 하고 있어요.
셀러를 뒤져보니 2009년 병이 이 두 병만이 아니더라고요.
5대 샤또 중 마고 2009, 오브리옹 2009도 셀러에 같이 누워 있어요.
일부러 2009만 골라 모은 건 아닌데, 좋다는 해라 손이 자주 갔나 봐요.
(사진 6 - 셀러 사진, 있으면)
이 두 병은 아직 캡슐도 안 뜯은 그대로예요.
몽로즈는 오래 묵혀야 한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아직은 아껴두고 있어요.
언젠가 둘을 같이 따서 생테스테프랑 생쥘리앙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어요.
2009 빈티지 와인, 지금 마셔도 될까
제일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 부분이에요.
2009년이면 수확한 지 벌써 17년째예요.
메독 2등급처럼 탄닌이 단단한 와인은 10년 넘게 지나야 풀린다는 얘기가 많아서,
지금쯤이면 슬슬 마시기 좋은 시기에 들어섰다고 보는 분들이 많아요.
다만 보관 상태에 따라 차이가 커요.
셀러에서 온도 일정하게 눕혀 둔 병이라면 기대해볼 만하고,
혹시 따신다면 디캔팅을 넉넉히 해서 한두 시간 숨을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셀러에서 꺼낸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멘 푸리에 주브레 샹베르탱 비에유 비뉴 2021 — 셀러에서 꺼낸 부르고뉴 (0) | 2026.10.26 |
|---|---|
| 도멘 뒤작 2021 모레 생드니, 와인 셀러에서 만난 부르고뉴 레드와인 (0) | 2026.10.21 |
| 사시까이아 2016 100점 빈티지, 2017과 나란히 놓고 보니 (0) | 2026.10.20 |
| 본로마네 와인 두 병, 1등급 밭 2006 vs 마을급 2020 라벨 비교 (0) | 2026.10.19 |
| 아르망 루소 주브레 샹베르탱 2013, 셀러에서 꺼내 라벨부터 읽어봤어요 (0) | 2026.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