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긴 IX 에스테이트 2005는 몇 년 전 제 생일에 지인들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함께 마신 와인입니다. 그날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테이블 맨 오른쪽에 콜긴 병이 서 있었고, 집 셀러에 있는 병과 빈티지까지 똑같았습니다.
그날은 이름만 듣고 마셨는데, 같은 병이 집에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어떤 와인인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습니다. 콜긴이 어떤 곳인지, IX 에스테이트는 어떤 포도로 만드는지 찾아본 것들을 적어 둡니다.

콜긴 IX 에스테이트는 어떤 와인인가요
콜긴 IX 에스테이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콜긴 셀러스(Colgin Cellars)가 자기 포도밭에서 키운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듭니다.
라벨이 아주 단순합니다. 앞면에는 'NAPA VALLEY RED WINE', 소문자로 쓴 colgin, 빈티지 2005, 그리고 IX ESTATE가 전부입니다. 품종 이름 대신 '레드 와인'이라고만 적은 건 한 가지 포도가 아니라 여러 포도를 섞었기 때문입니다.

콜긴은 나파 밸리에서 '컬트 와인'으로 자주 불리는 생산자입니다. 만드는 양이 적고 구하기 어려워서 이름이 먼저 알려진 와인들을 이렇게 부르는데, 콜긴이 대표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생일 테이블에 콜긴과 함께 오른 와인들
그날 사진 속 테이블에는 콜긴 말고도 몇 병이 더 있었습니다. 맨 왼쪽은 샴페인 크룩 그랑 퀴베(Krug Grande Cuvée), 그 옆은 장 마크 브로카르의 샤블리 2015, 가운데는 샤또 앙젤뤼스 2003, 그리고 오른쪽 끝이 콜긴 IX 에스테이트 2005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샴페인, 화이트, 레드 순서로 자리를 채운 구성입니다. 샤블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북쪽에서 샤르도네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고, 앙젤뤼스는 라벨에 '1er Grand Cru Classé'가 적힌 보르도 생테밀리옹 와인입니다.
같은 레드라도 앙젤뤼스와 콜긴은 출신이 다릅니다. 앙젤뤼스가 있는 생테밀리옹은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을 많이 쓰는 지역이고, 콜긴은 나파 밸리답게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에 둡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과 미국 나파 와인을 한자리에서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정리한 라벨 읽는 법으로 이 사진을 보면, 앙젤뤼스 라벨 한 장에 등급(1er Grand Cru Classé), 빈티지(2003), 지역(Saint-Émilion)이 다 들어 있습니다. 반면 콜긴 라벨에는 등급 표시 없이 지역과 생산자, 빈티지, 밭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 라벨의 차이가 한 테이블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콜긴 와인을 만든 사람과 IX 에스테이트 포도밭
콜긴 셀러스는 1992년 앤 콜긴(Ann Colgin)이 나파 밸리에 세운 와이너리입니다. 앤 콜긴은 미술품 수집가이자, 경매 회사 소더비에서 미국 서부 와인 부서를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와인을 사고파는 쪽에서 일하다 직접 만드는 쪽으로 옮겨 온 셈입니다.
IX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은 포도밭에서 왔습니다. 콜긴은 1998년 나파 밸리 동쪽의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에 있는 땅을 샀습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125에이커 가운데 20에이커 정도에만 포도나무를 심었고, 이 밭에서 처음 나온 와인이 2002년 빈티지입니다. 그러니 집에 있는 2005년은 이 밭의 와인 중에서도 꽤 초기 빈티지에 속합니다.
2017년에는 루이비통, 모엣 샹동 같은 브랜드를 가진 LVMH 그룹과 손을 잡았습니다. 지금도 앤 콜긴이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고, 양조 책임자는 앨리슨 토지에(Allison Tauziet)입니다.
콜긴 IX 에스테이트 2005, 블렌딩과 맛
미국 와인 평론지 와인 애드버킷에 따르면 2005년 IX 에스테이트는 카베르네 소비뇽 64%, 메를로 21%에 나머지를 카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로 채웠습니다. 보르도 왼쪽 강변 와인과 비슷한 조합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들의 말을 빌리는 게 정확합니다. 와인 애드버킷은 묵직하면서 균형이 좋고 여운이 길다고 평했고, 와인 스펙테이터는 블랙체리, 잘 익은 까치밥나무 열매(커런트), 삼나무 같은 오크 향을 짚었습니다. 와인 셀러 인사이더는 스모크, 바닐라, 에스프레소 향에 블랙베리와 체리가 어우러지고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깊다고 적었습니다.
집에 있는 병의 뒷면을 보면 알코올 도수가 15.6%입니다. 레드 와인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 마실 때 한 잔의 양을 평소보다 조금 줄이는 게 좋습니다. 뒷면에는 'ESTATE GROWN & BOTTLED BY COLGIN CELLARS'라고 적혀 있어서, 자기 밭에서 키운 포도를 자기네가 병에 담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파 밸리 컬트 와인이라는 말,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컬트 와인은 공식 등급이 아닙니다. 프랑스 그랑 크뤼처럼 나라에서 정한 이름이 아니라, 1990년대 나파 밸리에서 적은 양을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은 와인들을 사람들이 부르던 말입니다.
이런 와인은 대부분 와이너리의 메일링 리스트(구매자 명단)를 통해 먼저 팔립니다. 명단에 올라가는 것부터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 매장에서는 보기 어렵고, 경매나 수입 와인 전문점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콜긴 같은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을 마셨습니다. 마트 와인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와인은 아니라는 정도로 알아 두시면 됩니다.
콜긴 와인 마실 때 알아 두면 좋은 것
이런 묵직한 나파 카베르네 블렌드는 너무 차갑지 않게, 보통 16~18도 정도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셀러에서 바로 꺼냈다면 잔에 따르고 조금 기다리면 향이 더 올라옵니다.
그날 사진을 보면 병마다 금속 받침이 깔려 있고, 샴페인 옆에는 얼음 통이 놓여 있습니다. 샴페인과 화이트는 차갑게, 레드는 너무 차지 않게 내는 게 기본이라 여러 병을 함께 낼 때는 이렇게 얼음 통을 곁에 두면 편합니다. 집에서도 종류별로 온도만 나눠 두면 한결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빈티지가 오래된 병은 바닥에 앙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시기 하루 전쯤 병을 세워 두면 앙금이 가라앉아 따를 때 덜 섞입니다. 디캔터에 옮겨 담으면 앙금도 거르고 공기와 닿게 해 줘서 맛이 부드러워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음식은 소고기 스테이크, 양갈비처럼 기름기 있는 고기 요리가 무난합니다. 집에서라면 갈비찜이나 불고기처럼 달큰하고 진한 양념 고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편이라 가벼운 샐러드나 회보다는 든든한 메인 요리와 함께하는 쪽이 낫습니다.
콜긴에 대해 더 찾아본 것들
콜긴에서는 IX 에스테이트 말고 어떤 와인을 만드나요? 세인트 헬레나 북쪽 밭에서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 '타이크슨 힐(Tychson Hill)', 세인트 헬레나 서쪽 언덕 포도로 만드는 블렌드 '카리아드(Cariad)', 그리고 같은 IX 에스테이트 밭에서 나오는 시라(Syrah)가 있습니다.
2005년 빈티지는 지금 마셔도 괜찮나요? 와인 애드버킷은 출시 당시 앞으로 20년 정도 마실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보관 상태에 따라 병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오래된 병일수록 코르크 상태와 보관 환경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샴페인, 화이트, 콜긴 같은 레드를 한자리에서 마신다면 순서는 어떻게 하나요? 보통은 가볍고 산뜻한 와인에서 무겁고 진한 와인 순서로 마십니다. 샴페인으로 시작해 샤블리 같은 화이트, 그다음 레드로 넘어가고, 레드 중에서도 도수가 높고 진한 와인을 뒤쪽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한 레드를 먼저 마시면 그다음 가벼운 와인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콜긴 와인은 국내에서도 살 수 있나요? 국내 수입사를 통해 들어오는 물량이 있어서 수입 와인 전문점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이 적어서 늘 있는 와인은 아니고, 가격은 빈티지와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콜긴 IX 에스테이트 정리
콜긴 IX 에스테이트는 1992년 앤 콜긴이 세운 콜긴 셀러스가 나파 밸리 프리차드 힐 자기 밭에서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 중심의 레드 블렌드입니다. 2005년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를 섞었고, 도수는 15.6%입니다.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이름을 집 셀러에서 다시 보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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