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러 문을 열면 레드, 화이트, 샴페인이 한데 섞여 누워 있습니다. 색이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왜 색이 다른지, 맛은 어떻게 다른지, 샴페인은 그냥 거품 나는 와인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집에는 십몇 년 동안 마트에서, 선물로, 여행길에서 하나둘 모은 와인이 100병 넘게 셀러에 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레드 한 병, 화이트 한 병, 샴페인 한 병을 꺼내 와서 라벨과 병을 직접 보면서 레드 화이트 샴페인 차이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어디서 샀는지는 남편에게 물어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해서 넘어가고, 대신 병에 적힌 정보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레드 화이트 샴페인 차이, 색이 다른 이유부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포도 껍질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적포도로 만들면 레드, 청포도로 만들면 화이트라고 생각하시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레드 와인은 적포도를 껍질째 으깨서 즙과 껍질을 함께 발효합니다. 이때 껍질에서 붉은 색소와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 우러나와 진한 색과 묵직한 맛이 생깁니다.
화이트 와인은 포도즙만 짜서 껍질 없이 발효합니다. 그래서 색이 연하고 떫은맛이 거의 없으며, 상큼한 산미가 앞에 나섭니다. 실제로 적포도라도 껍질을 빼고 즙만 쓰면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샴페인은 여기서 한 단계가 더 붙습니다. 일단 와인을 만든 다음 병에 담고, 병 안에서 한 번 더 발효를 시킵니다. 이때 생긴 탄산가스가 병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와인에 녹아들면서 그 고운 거품이 됩니다.
레드 와인: 쥬브레 샹베르탱 2020

먼저 레드입니다. 라벨 가운데 큼직하게 적힌 Gevrey-Chambertin(쥬브레 샹베르탱)은 와인 이름이 아니라 마을 이름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있는 마을로, 이곳 레드 와인은 거의 피노 누아라는 포도 한 가지로 만듭니다.
라벨 아래쪽에는 CLAUDE DUGAT(클로드 뒤가)라고 적혀 있는데, 이 와인을 만든 생산자 이름입니다. 그 위의 'Mis en bouteille à la propriété'는 포도를 기른 곳에서 직접 병에 담았다는 뜻입니다. 목 부분 작은 라벨의 2020은 포도를 수확한 해, 즉 빈티지입니다.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는 같은 레드라도 색이 비교적 맑고, 떫은맛이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레드 와인은 무조건 묵직하고 떫다고 생각하셨다면 이런 부르고뉴 레드부터 마셔보시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 퓔리니 몽라셰 1er Cru 라 가렌 2018

다음은 화이트입니다. 이 병도 부르고뉴에서 왔는데, Puligny-Montrachet(퓔리니 몽라셰) 역시 마을 이름입니다. 부르고뉴 화이트는 대부분 샤르도네라는 청포도로 만듭니다.
마을 이름 옆에 붙은 1er Cru(프르미에 크뤼)는 부르고뉴에서 밭에 매기는 등급입니다. 가장 높은 그랑 크뤼 다음 등급으로, 마을 안에서도 좋은 밭으로 인정받은 곳이라는 표시입니다. 그 위에 적힌 LA GARENNE(라 가렌)이 바로 그 밭 이름입니다.
이 병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건 라벨 가운데 작은 글씨입니다. '840 bouteilles récoltées', 이해 이 밭에서 840병만 나왔다는 뜻입니다. 셀러에 꽂아둘 때는 몰랐는데 블로그 쓰려고 들여다보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병을 들어 보면 레드와 달리 와인 색이 연한 노란빛으로 비쳐 보입니다. 같은 부르고뉴에서 왔어도 껍질을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렇게 색부터 달라집니다.
샴페인: 자크 셀로스 브뤼

마지막은 샴페인입니다. 라벨에 CHAMPAGNE이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글자가 있어야 진짜 샴페인입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입니다. 거품이 나는 와인이라도 스페인에서 만들면 카바, 이탈리아에서 만들면 프로세코라고 부릅니다. 처음이라면 이 부분을 가장 많이 헷갈려합니다.
라벨의 Brut(브뤼)는 당도 표시로,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한 샴페인이라는 뜻입니다. 생산자인 자크 셀로스는 직접 포도를 기르고 샴페인까지 만드는 작은 생산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 모양도 다른 두 병과 다릅니다. 병 안의 탄산 압력을 버텨야 해서 유리가 두껍고, 코르크 위를 철사로 단단히 감아둡니다. 셀러에서 꺼낼 때도 이 병만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실 때 달라지는 온도와 잔
세 종류는 마시는 온도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레드는 너무 차지 않게, 화이트는 시원하게, 샴페인은 가장 차갑게 마십니다. 레드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시면 향이 잘 올라오지 않고, 샴페인을 미지근하게 마시면 거품이 금방 빠지고 맛이 무거워집니다.
잔도 조금씩 다릅니다. 레드는 향이 퍼지도록 볼이 넓은 잔, 화이트는 그보다 조금 작은 잔, 샴페인은 거품이 오래 올라오도록 길쭉한 잔을 많이 씁니다. 집에 잔이 하나뿐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지만, 샴페인만큼은 길쭉한 잔에 따랐을 때 거품 보는 재미가 훨씬 큽니다.
로제와 샴페인, 하나씩 더
로제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를 섞은 건가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포도를 껍질째 아주 짧게만 담가 두었다가 껍질을 건져내서 연한 분홍빛만 내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샴페인은 꼭 축하할 때만 마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맛이 적은 브뤼 샴페인은 식사 처음에 가볍게 마시기에도 잘 어울립니다.
레드 화이트 샴페인 차이 정리
레드는 껍질째 발효해서 색과 떫은맛이 있고, 화이트는 즙만 발효해서 색이 연하고 산뜻합니다. 샴페인은 병 안에서 한 번 더 발효해 거품을 만든, 샹파뉴 지방에서 온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오늘 라벨에서 자주 나온 샤또와 도멘, 와이너리가 각각 무슨 뜻인지 셀러 속 다른 병들로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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