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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랑 먹어본 것

치킨엔 샴페인이었다, 코스트코 멈 코르동 루즈와 굽네치킨

by 코르크맘 2026.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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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밥을 안 했습니다. 코스트코에 장 보러 갔다가 와인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두 병을 집어 왔거든요. 집에 와서 보니 밥 차릴 기운은 없고, 와인은 있고. 그래서 굽네치킨을 시켰습니다.

치킨이 오는 동안 소시지를 굽고, 사과랑 배를 깎고, 치킨무를 그릇에 덜었습니다. 남편이랑 둘이 먹는 저녁이라 별것 아닌 상인데, 와인잔을 꺼내 놓으니 식탁이 제법 그럴듯해졌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했어도 아직 음식 사진 찍는 게 어색해서, 한참 먹다가 생각나서 급하게 찍었습니다. 그래서 접시에 먹던 치킨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사 온 두 병

코스트코 와인 코너는 갈 때마다 구성이 조금씩 바뀝니다. 오늘 고른 건 매일 부담 없이 따기 좋은 레드 한 병, 그리고 치킨에는 역시 거품이다 싶어서 샴페인 한 병입니다.

  • G.H. 멈 코르동 루즈 브뤼 (샴페인)
  • 로즈록 피노 누아 2024 (미국 오리건 레드)

가격은 한 병에 대략 5만 원 선이었습니다. 셀러에 모셔 두는 와인이 아니라 오늘 바로 따서 마실 와인으로는 이 정도가 부담 없는 선입니다.

멈 코르동 루즈, 빨간 띠의 사연

병목부터 라벨까지 빨간 띠가 비스듬히 둘러져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샴페인입니다. 라벨에 CHAMPAGNE이라고 적혀 있으니 첫 글에서 정리했던 그 진짜 샴페인,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거품 와인입니다. 병목의 Maison fondée en 1827 à Reims는 1827년 랭스에서 세운 집이라는 뜻입니다.

이 빨간 띠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876년에 멈 가문의 조르주 에르만 멈이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붉은 리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기 브뤼 샴페인 병에 빨간 리본을 둘렀다고 합니다. 품질에 자신 있다는 표시였던 거죠. 몇 년 뒤 진짜 리본 대신 라벨에 빨간 띠를 그려 넣은 게 지금 모양입니다. 코르동 루즈라는 이름도 프랑스 말로 빨간 리본이라는 뜻입니다.

Brut(브뤼)는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한 샴페인이라는 표시입니다.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샤르도네와 뫼니에를 섞고, 출시 전에 셀러에서 최소 20개월을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로즈록 피노 누아, 부르고뉴 집안이 미국에서 만든 와인

라벨에 장미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위에 ROSEROCK, 그 아래 DROUHIN OREGO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드루앵(Drouhin)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이름난 와인 집안입니다. 그 집안이 미국 오리건주에 포도밭을 사서 만드는 와인이 이 로즈록입니다.

첫 글에서 부르고뉴 레드는 거의 피노 누아라는 포도 한 가지로 만든다고 했는데, 오리건은 미국에서 피노 누아로 유명한 곳입니다. 부르고뉴처럼 서늘한 날씨가 피노 누아와 잘 맞는다고 합니다. 드루앵 가문은 2013년 말에 오리건 에올라-아미티 힐스(Eola-Amity Hills)에 있는 이 포도밭을 샀고, 2014년 빈티지부터 로즈록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습니다. 라벨 아래 EOLA-AMITY HILLS · OREGON이 바로 그 지역 이름입니다.

로즈록이라는 이름은 이 포도밭을 처음 일군 사람이 붙인 것인데, 장미를 좋아하는 드루앵 집안과 잘 맞아서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라벨의 장미 그림도 그래서 들어갔습니다.

2024년 빈티지라 아주 어린 와인입니다. 오래 묵히는 와인이 아니라 지금 바로 따서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치킨이랑 마셔 보니, 치킨은 샴페인

두 병을 번갈아 마셔 봤는데 치킨에는 샴페인이었습니다.

굽네는 오븐에 구운 치킨이라 튀긴 치킨보다는 덜 기름지지만, 그래도 껍질 쪽 기름과 양념 맛이 입에 남습니다. 샴페인은 산미가 있고 거품이 입안을 씻어 주니, 치킨 한 조각 먹고 한 모금 마시면 입이 다시 개운해집니다. 샴페인이 튀김이나 구운 고기랑 잘 맞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오늘 상에서 그 말을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로즈록 피노 누아는 치킨 짝꿍으로는 샴페인에 밀렸지만, 와인 자체로는 데일리로 딱이었습니다. 피노 누아는 레드 중에서도 떫은맛이 순한 편이라 반찬 가리지 않고 저녁 식탁에 편하게 올리기 좋습니다. 매일 저녁 한두 잔 하는 집이라면 이런 와인이 제일 손이 많이 갑니다.

코스트코에서 데일리 와인 고를 때 저는 이렇게 봅니다

이번에 고르면서 기준으로 삼은 걸 적어 둡니다.

라벨에서 지역과 포도부터 봅니다. 로즈록처럼 피노 누아가 적혀 있으면 가볍고 부드러운 쪽, 카베르네 소비뇽이 적혀 있으면 묵직한 쪽이라고 대충 짐작합니다. 매일 저녁 반찬이랑 마실 거라면 가벼운 쪽이 편합니다.

샴페인은 CHAMPAGNE 글자를 확인합니다. 거품 와인은 다 샴페인처럼 보이지만, 라벨에 CHAMPAGNE이 적혀 있어야 샹파뉴 지방 것입니다. 값이 부담스러우면 스페인 카바나 이탈리아 프로세코도 치킨이랑은 충분히 잘 맞습니다.

빈티지가 최근인 걸 고릅니다. 데일리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좋아지는 와인이 아니라서, 2024처럼 최근 빈티지를 바로 마시는 게 오히려 신선합니다.

셀러 속 귀한 병들 이야기만 쓰다가 오늘은 코스트코 와인에 배달 치킨 이야기를 썼습니다. 다음에도 장 보다 집어 온 와인이 있으면 그날 저녁 상이랑 같이 적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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